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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없는 게 아니라, 전략이 없는 겁니다

"목표가 없다"며 OKR을 도입해도 잘 안 되는 회사들의 진짜 문제는 전략, 즉 경영계획이 없다는 것입니다. 시장, 경쟁, 당사 상황에 대한 질문에 먼저 답하면 OKR은 그 답을 옮겨 적는 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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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목표가 없어요"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에서 성과관리 강의 요청이 오면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목표가 없다", "부서 간 목표가 애매하다" 같은 말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OKR 강의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OKR 쓰는 방법을 아무리 알려드려도 잘 못 쓰셨습니다.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무엇을 써야 할지 몰랐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같은 장면을 보고 나서야, 우연한 기회에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이 회사들은 목표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경영계획이 없었습니다. 다시 말해 전략이 없었습니다.


왜 이걸 그렇게 오래 놓쳤을까

저는 전략 컨설팅 출신이고, 주로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대기업에서 매년 경영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프로세스입니다.

그래서 경영계획 자체가 없는 회사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계속 놓치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토대 위에서 OKR이라는 집을 짓는 법만 알려드린 셈입니다.


성과관리는 전략을 전하는 의사소통이다


성과관리는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의사소통입니다. 평가 제도나 양식이 아니라, 회사가 어디로 가려는지를 구성원과 나누는 과정입니다.

전략이 없으면 전략적 목표도 없습니다. 그러면 각 부서는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목표로 적고, 부서 간 우선순위는 조율되지 않습니다.

OKR은 이 의사소통을 돕는 도구일 뿐입니다. 담을 내용, 즉 전략이 없으면 도구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내년 매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

전략이 없는 회사의 목표 설정은 대개 비슷합니다. 대표나 일부 경영진이 "내년 매출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어?"라고 말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직원들은 불만을 갖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쪽도, 너무 높다고 주장하는 쪽도 근거가 없습니다.

매출 목표는 숫자만 제시한다고 성립하지 않습니다. 적어도 아래 중 하나는 함께 제시되어야 합니다.

  1. 달성 가능성의 근거: 시장과 고객을 보면 이 숫자가 왜 가능한가
  2. 달성 방법: 이 숫자를 무엇을 해서 만들 것인가 (전략)
  3. 재무적 이유: 최소한 이 숫자는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실무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분석과 가정으로 보면 목표가 가능한지, 어려운지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목표를 두고 벌이는 논쟁은 숫자 싸움이 아니라 가정 싸움이 되어야 건강한 논의가 됩니다.


경영계획이 답해야 할 질문들

경영계획은 두꺼운 보고서가 아니라, 아래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업종에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일반화했습니다. (연도는 올해 예상과 내년 계획을 기준으로 합니다.)


먼저, 단위를 정한다

전사 계획과 함께, 회사가 실제로 돈을 버는 단위별로 계획을 세웁니다. 제품군, 고객군, 국내와 해외 같은 지역별 사업부가 그 단위입니다. 아래 질문은 각 단위마다 따로 답합니다.

1. 시장

정량

  • 우리가 실제로 경쟁하는 시장(제품, 고객, 지역)은 어디까지입니까?
  • 올해 시장의 크기는 얼마입니까?
  • 내년 시장은 얼마나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까? 그 근거는 무엇입니까?

정성

  • 내년 예상되는 시장 변화(고객 니즈, 기술, 규제 등) 중 우리에게 가장 큰 기회와 위협은 각각 무엇입니까?
  • 핵심 고객은 누구이며, 고객이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은 어떻게 바뀌고 있습니까?

2. 경쟁

  • 올해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몇 %입니까? 내년 목표는 몇 %입니까?
  • 주요 경쟁사는 어디입니까?
  • 고객이 경쟁사 대신 우리를 선택하는 이유와, 우리를 떠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내년 주요 경쟁사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됩니까?

3. 당사 (사업부)

정량

  • 올해 예상 매출과 이익은 얼마입니까?
  • 올해 실적에서 된 것과 안 된 것은 무엇이며,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 내년 목표 매출과 이익은 얼마입니까? 기존 사업 성장분과 신규 사업분은 각각 얼마입니까?
  • 내년 재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건과 전제는 무엇입니까?

정성

  • 내년 계획은 중장기 목표 달성에 어떻게 기여합니까?
  • 우리가 선택과 집중할 영역은 어디입니까? (기존 또는 신규 제품, 기존 또는 신규 고객, 기존 또는 신규 시장)
  • 줄이거나 그만둘 사업, 제품, 활동은 무엇입니까?
  • 우리가 확보해야 할 핵심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확보합니까? (채용, 투자, 파트너십 등)
  • 계획을 흔들 수 있는 가장 큰 리스크는 무엇이며, 발생하면 어떻게 대응합니까?

4. 당사 (스탭부서)

인사, 재무, 운영, 마케팅 지원처럼 매출을 직접 만들지 않는 부서도 같은 틀로 답합니다.

정량

  • 올해 우리 부서가 책임지는 핵심 지표의 실적은 무엇입니까? (인건비율, 채용 리드타임, 운영비율 등)
  • 내년 우리 부서의 핵심 지표 목표는 무엇입니까?

정성

  • 사업부(내부 고객)가 우리 부서에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올해 핵심 지표에서 된 것과 안 된 것은 무엇이며, 그 원인은 무엇입니까?
  • 내년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입니까? (핵심 아이디어, 가설)
  • 우리 부서에 부족한 역량은 무엇이며, 어떻게 보완할 계획입니까?
  • 목표 달성을 위해 사업부와 어떤 협력과 조율이 필요합니까?

5. 재무 목표

전사와 각 사업부별로 작년 실적, 올해 예상, 내년 목표를 한 장에 정리합니다. 비용 항목은 업종에 맞게 바꿉니다. 제조업이라면 연구개발비와 물류비, 서비스업이라면 마케팅비와 외주비처럼 회사의 큰 비용을 따로 보여주면 됩니다.

항목 (단위: 억 원)

작년 실적

올해 예상

내년 목표

매출

(전년 대비 성장률)

매출원가

매출총이익

인건비

(인원 수)

주요 비용 1 (업종별)

주요 비용 2 (업종별)

기타 판관비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6. 실행 과제

시장, 경쟁, 당사 상황을 종합했을 때, 내년 분기별로 실행해야 할 핵심 과제는 무엇입니까?

과제명

과제 설명 (구체적 To-do, 핵심 아이디어, 가설)

목표 (KR)

담당자

분기별 마일스톤 (결과물)








Key는 어디서 오는가: KSF

특정 산업에서 경쟁 우위에 서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역량을 KSF(Key Success Factor, 핵심 성공 요인)라고 합니다.

KR(Key Result)이든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든 모두 Key라는 단어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Key는 "중요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산업에서 이기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을 뜻합니다.

KSF를 모르면 KR과 KPI 자리에 측정은 쉽지만 쓸데없는 숫자가 들어갑니다. 예를 들어 구독형 사업이라면 고객 유지율이, 수주형 사업이라면 수주 전환율이 Key가 될 수 있습니다. 업종이 다르면 Key도 달라집니다.


OKR보다 전략이 먼저다

전략에 대한 큰 틀의 논의 없이 각 부서가 하고 싶은 일을 OKR에 적으면, 서로 모순되거나 시너지가 나지 않는 목표가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무작정 "OKR을 만들어보자"에서 시작하면 안 됩니다.


순서는 이렇습니다. 전사와 각 사업부마다 시장, 경쟁, 당사 상황을 보고 목표를 정합니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역량을 보강해야 하는지에서 과제가 나옵니다. 이 과제가 사업부와 각 스탭부서의 OKR, Initiative에 반영됩니다.

앞의 질문들에 제대로 답하고 나면, OKR은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답을 옮겨 적는 일이 됩니다. "우리 회사는 목표가 없다"고 느낀다면, OKR 양식보다 이 질문지부터 펼쳐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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